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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필로어스 큐레이션-김태연 2월 원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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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옮김]

여러분은 책이 단 한 권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학교와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나 학습지부터 취미로 읽는 소설에 이르기까지 책은 생각보다 우리 생활 속의 많은 곳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요즘에는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비교적 줄어들고 영상 매체들이 책의 자리를 대신하는 경향이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아직까지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중 하나입니다.

책을 불태워라! | 화씨451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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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 『화씨 451』에서 이러한 책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몬태그가 사는 세상은 책을 소지하는 일이 법적으로 금지되고, 보이는 족족 책을 다 태워버리는 방화수들이 있는 세상입니다. 방화수들은 누군가가 책을 가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 집으로 출동하여 책의 소지자를 체포하고 책을 불태우는 일을 합니다. 몬태그도 그런 방화수들 중 한 명이죠. 이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단순화된 교육을 받고, 일을 거의 하지 않으며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오락을 즐기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책을 태우는 일을 하던 중, 몬태그는 한 노파가 불타는 집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책들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커다란 충격을 받습니다.

“책 속에는 뭔가 우리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게 들어 있어. 그 여자로 하여금 불타는 집 속에서도 빠져 나오지 않고 남아 있도록 만드는, 분명히 뭐가 있어. 그저 괜히 불타는 집에 남아 있었을 리가 없어.”

노파의 사건 이후로 ‘책 안에 도대체 무슨 내용이 들어있길래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지키려 한 것일까?’라는 질문은 몬태그를 계속 따라다닙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먼저 몬태그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왜 책이 금지되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모든 인간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행복을 위해서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가 필요하죠.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을 통제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생각들을 멈추고 걱정 없이 즐거움만을 추구하며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질문할 필요가 없는 세상, 이것이 바로 몬태그가 사는 사회의 지도자들이 생각했던 행복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책은 정말 쓸모없는 도구입니다. 책은 우리에게 계속 생각하고, 고민할 거리들을 던져 주기 때문이죠.

“우리 전부가 똑같은 인간이 되어야 했거든. 헌법에도 나와 있듯 사람들은 다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는 거지. 그리고 또 사람들은 전부 똑같은 인간이 되도록 길들여지지. 우린 모두 서로의 거울이야. 그렇게 되면 행복해지는 거지.”

우리는 독서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이 모두 뒤바뀔 정도의 큰 생각의 변화를 체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말이 존재하는 것이죠.

그러나 책은 분명히 우리의 사고를 넓혀주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지만, 자칫하면 책이라는 물건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책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삶에서 활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책이 아무런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면, 단순한 종이 위의 글자에 불과할 겁니다. 불타는 집 속에서 노파가 지키려 했던 것은 책 그 자체가 아니라 세상에 대해 질문하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이었을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그리고 당신 자신 속에서 찾아보시오. 책이란 단지 많은 것들을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의 한 종류일 따름이니까. 우리가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것들을 담아 두는 것이지. 책 자체에는 전혀 신비스럽거나 마술적인 매력이 없소. 그 매력은 오로지 책이 말하는 내용에 있는 거요.”